게임은, 웹툰은 나를 무엇으로 물들여왔는가. 오래된 동네에서 마주친 그 색들을 내려놓기로 한 어느 하루의 기록.
오늘은 고덕역에 오게 되었다. 지난 2–3일간 하루 종일 나는 미디어, 그리고 소재 찾기에 열중해 있었다.
게임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나를 중독으로 내몰았는가.
그렇다면 올바른 게임은 무엇인가.
모르겠는 그 답을, 나는 오랜 추억이 깃든 고덕역에서 찾게 되었다.
모든 동네에는 주인과 주민이 존재했고, 나는 중학교·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교 초반 시절까지 이곳에서 두리번거리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곳에서 나는 묘한 감각과 마주쳤다. 내가 봐왔던 수많은 웹툰에서 말한 부활, 죽음, 싸움짱 같은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학생. 내 눈앞에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그중에 한 친구가 보였다. 그 친구의 화장, 옷차림을 보니 우선 중학생인 건 확실한데 — 많은 웹툰 캐릭터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기억의 조각이 발동되었다. 이들이 보는 세계의 모습을, 내가 보아온 외국인들의 모습을 말이다.
미국, 흑인, 강함… 군대.
여자, 퀸카, 양아치, 예쁨 등 — 내게는 없는 추억과 인격이었지만, 끝없이 보고 자라온 인격들이 내 눈가를 적셨다.
지금껏 밤새 봐온 것들 — 수련회에서 밤새 돌려 보던 웹툰들과 그곳에서의 "짱", 그리고 그 붉은 색채들이 덮어온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을 봐도, 저것을 봐도 잠식되어 왔던 것들 말이다.
그런즉 나는 어쩌면 내려놓기로 한 것이었다. 긴 세월의 여파와 풍파, 그리고 파도 속에서 내 영혼은 이제 그러한 가짜 세상, 가짜 이야기를 나의 것으로 물들이지 않기로 했다.
작은 촬영장, 작은 일터에 가면 또 서로의 긴장과 낮추는 것 — 일종의 그러한 경쟁들이 시작된다. 스파이더맨의 강철 같은 힘도 이제 내게는 한 장난에 불과했다.
그러자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물들여져 있었다. 각종 색으로.
이 모든 꿀렁대는 세계 속의 여파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고 세상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그것만으로 나는 — 누구에게나 그러한 색으로 물들여진, 진득한 그 색들을 치우고 싶었다. 밝은 빛 앞에, 그 투명한 빛 앞에.
그것이 일상이 되고, 하나의 풀잎이 되고,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 — 나는 그런 것을 원했다. 소소함이 회복되길 원했다.
더 이상 거대한 두꺼운 나무로 인해서, 그 강렬한 피톤치드 향으로 인해서 숲이 백조의 해골들로 가득 차지 않길 바랐다.
나는 세상을 이제 있는 그대로 보았고, 그것은 구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전하는 그 목표 하나 — 그거 하나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충분한 이유가 되었음은 분명했다.
나는 다 내려놓겠다.
내 힘, 영향력, 유명세.
그리고 그냥 마땅히, 시냇물이 흐르듯 — 평범하고도 같은 하나의 감정과 삶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적어도 감정의 채색과 캐릭터를 그릴 줄은 알아야겠지.
고덕역에서 쓴 글. 2026-08-12.
— 근후